제목 : 어린 왕자
지음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옮김 : 김용기
출판 : 인디북

어린 왕자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가장 유명한 여우이야기이다.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서 여우가 설명하는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하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하게 밝아질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발자국 소리들과 다른 발자국 소리를 새로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들려서 나는 땅 굴에서 뛰쳐나오게 될거야. 그리고 저기를 좀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나는 빵을 먹지 않으니깐 밀 같은 건 쓸모가 없어. 밀밭을 바라보아도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하지만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멋있을 거야! 왜냐하면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이 나에게 네 추억을 떠올리도록 해 줄 테니까. 그러면 나는 밀밭 사이를 스쳐 가는 바람 소리까지 사랑하게 되겠지...

...인내심이 있어야 돼. 처음에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풀밭에 앉는 거야. 나는 너를 흘끔흘끔 곁눈질로 쳐다볼 거야.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니까. 하루하루 날짜가 지날 때마다 너는 점점 더 내쪽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앉는 거야...

... 매일 똑같은 시간에 와 주는 게 더 좋아.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4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더 많이 행복하겠지. 그리고 4시가 다 되었을 때는 설레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거야. ... 그렇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나는 몇 시에 맞추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가 떠날 시간이 되자. 여우가 말했다.
"아..., 나는 울게 될 거야."
"그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널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나한테 길들여 달라고 했잖아...."
...
"그렇다면 길들이는 게 무슨 소용이니..."
"나는 행복해. 네 머리카락을 닮은 황금빛 밀밭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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