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 큰 맘 먹고 전주에 가려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집을 나섰다.
KTX 7시 기차타고 전주로 출발했다. 표가 없어서 5시 기차 탈 뻔 했는데 다행히 전날 7시 기차에 표가 추가로 풀려서 7시 표로 바꿨다.
팟 캐스트 한 두개 듣고 나니 전주에 도착했다.
3시에 경기가 시작해서 일단 아침 식사를 하러 남부시장으로 갔다. 현대옥이라는 콩나물국밥 집을 다음 지도를 보고 찾아 갔는데 없어서 난감. 지난번 고양이 카페도 그렇고 지도 내에 건물은 신뢰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현대옥 홈페이지 검색해보니 바로 옆 한옥마을로 이전했다고 해서 이동했다. 한옥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전동성당.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작은 건물 이었는데 흔히 보는 건물 모양이 아니라서 이쁜 것 같았다. 나중에 다시 가보니 결혼식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걸어서 전주 현대옥에 도착했다.
빌어먹을 줄이 길다. 혼자 온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거절 당하면 2인분 시키겠다는 다짐을 하며 기다렸다.
다행히 2인석이 있어서 '전주 남부식 콩나물 국밥' 에 '삶아 썰은 오징어'를 시켰다. 칼칼하고 시원하니 괜찮은 콩나물 국밥이었다. 먹다보니 다진 양념 때문인지 조금 매운 편인 것 같았다.
바로 옆에 다른 유명한 콩나물 국밥 집인 '삼백집'도 있는데 거기도 줄이 긴 것은 매한가지였다.
소화도 시킬 겸 한옥마을 구경을 하는데 랜덤 박스를 파는 상점이 몇 군데 있었다. 만원짜리인데 만원에서 5만원까지의 물건이 나온다고 한다. 스왈로프스키 악세사리 같은게 나오는 모양인데 게임에서도 안되는 가샤폰을 현실에서 지를 이유는 없어서 무시했다.
소화도 시킬 겸 해서 한옥마을 구경을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번잡함을 피해 바로 옆에 있는 경기전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수문장이 있는데 알바생이라 좀 프로 근성이 없는 것 같았다. 쓸데없이 진지한 포즈였다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들어가니 분위기는 선정릉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경기전'이 뭔가 했더니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봉인된 곳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한바퀴 산책하기 좋은 곳 이었을 뿐...
'전주사고'라고 해서 올라가 봤는데 좁은 공간에 박물관 설명실 같은 곳이었다.
제사 준비하는 건물 같은 곳에 트릭아트 같은 것도 있고 왕비 옷이나 수문장 옷 같은 것을 입어 볼 수 있는 것도 있어서 사진 찍기 괜찮은 곳인 것 같았다.
'경기전' 바로 앞에 '지숨'이라는 한지사진 갤러기가 있었다. 처음엔 한지에 그린 그림인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인 것을 아니 특이한 느낌이 들었다. 종이 질감이 특이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한옥마을은 서울 삼청동같은 분위기에 주전부리가 많은 관광객 거리의 느낌이었다.
한옥마을 보다가 한지축제 안내판을 보고 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시원하게 먹고 싶었는데 마침 '솜스크림'이라는게 보여서 줄을 서서 샀다. 그냥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솜사탕을 얹은 음식이었다. 더운데 솜사탕 먹으려니 끈적끈적하고 짜증만 났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솜사탕 다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행복했다. ㅋ
한지축제 가니 한지로 하는 체험 부스 15개 정도랑 물건 파는 부스 몇 개 전시회장 3개 정도 있는 단촐한 행사였다. 그냥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바람에 한지가 휘날리는게 이쁘더라. 전시회장에서 본 한지 등은 이뻤는데 비슷한 상품을 파는 것 같아서 구매할까 하다가 우리집에는 안 어울릴 것 같아서 과감히 포기했다.
한옥마을 근처에 유명한 비빔밥 집이 있어서 다들 비추하지만 먹어보려 했으나 줄이 너무 길어서 그거 먹고 출발했다가는 경기장에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한옥마을 근처에서 경기장으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기다리는데 한옥마을 근처는 교통 혼잡이 심한 것 같았다. 어쨌든 한참을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30분 정도 버스타고 가니 경기장에 도착했다. 한옥마을은 전주에서 남동쪽이고 경기장은 서쪽끝이다. ㅜㅜ
매표소는 동문 쪽에 있었다. 나중에 보니 남문 쪽에도 있는 것 같았는데 운영하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넷 예매하고 현장수령했는데 매표소에 티겟번호 보여주고 이름 말하니 표 주더라라는...
배는 안 고팠지만 뭔가를 먹기는 해야할 것 같아서 경기장 옆 포장마차에서 순살 닭 튀김을 구매했다. 웨딩컨벤션과 같이 있던 편의점도 망해서 들어가면 매점도 없을까봐 콜라도 2병 샀다.
들어가니 마트 있더라는...쳇 :( 휴지는 팔지 않는다. ㅜㅜ
VIP 석 예매했는데 H석인 것만 보고 동쪽 H 갔는데 내 번호만 없어서 난감했다. 검색해보니 VIP 석은 서쪽에 따로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도 다르고 자리마다 다르고 입구 찾는데 한참 헤맸다.
치킨과 콜라를 냠냠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VIP 석 2자리 예매하면 치킨 포함인데 ㅜㅜ
앞에서 골키퍼 들이 몸을 풀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정성룡 선수였다. 후보 ㅋㅋ
전북쪽 골키퍼 코치 최은성님!!
오늘 경기에서 골도 넣고 인상 깊었던 '에두'
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이동국'과 '이재성'. 레플리카에는 이동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재성 정도가 간혹 보이는 느낌이었다.
꼬랑지 머리하고 있어서 외국인 선수인가 했던 '정대세'와 요새 잘 나가는 '염기훈'. '염기훈'만 공을 잡으면 뭔가 두근두근하니 무섭긴 했다.
같이 입장한 아이들과 선수들의 기념사진
각자 화이팅하고 경기는 시작
사람들이 많이 왔구나 했는데 30410 명으로 역대 최다 관중 2위라고 하더라.
중간에 석연치 않는 파울이 나자 조그마한 분이 튀어나오셨는데 아 이장님이시구나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경기는 에두 1골 레오나르도 1골 2:0 으로 전북이 승리했다.
TV에서는 공간이 넓어보였는데 실제 축구 경기장에서 보니 경기장이 생각보다 좁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북 경기는 국대처럼 좀 답답한 느낌이었다. 중앙 미들을 생략한 전방으로 공을 보내면 에두나 이동국이 알아서 처리해야하는 느낌이랄까? 에닝요, 레오나르도는 윙같은 느낌이고 이재성, 최보경이 중앙 미들같은 느낌이었는데 홀딩이나 링커 역활이 제대로 안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걷어내는 공이나 백패스 뒤 전진패스 시에 너무 버리는 공이 많은 느낌을 받았다.
이동국은 집중 견제에 전개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국대처럼 존재감이 약한 느낌이었다.
수원 김은선은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서 봤는데 좀 더티한 스타일의 DM인 것 같았다. 에두랑 자주 충돌했는데 너무 눈에 보이게 파울을 해서 만약 국대가 된다면 퇴장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경기 끝나고 나오는데 도로는 완전 주차장이었다. 안그래도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버스 다니는 길이 주차장이 되어버려서 걸어서 다른 정류장까지 내려와서 한참을 기다려서 버스를 탔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은 주변 대중 교통 환경 개선과 추가적인 놀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빠져나오고 나니 1시간 넘게 지나고 더위에 지쳐서 소바를 먹으러 '태평집'에 갔다. 한옥마을 근처에 '진미집'이 유명한데 '한옥마을' 근처는 관광객들 때문에 줄이 너무 길어서 가고 싶지 않았다.
소바 곱배기를 시켰는데 먹다보니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가 그래서 알게된 집인데 맛은 그냥 무난한 것 같다. 6시 반쯤 도착했는데 '비빔 소바'는 양념이 떨어져서 안된다고 그랬다. 마침 들어간 타이밍에 소스가 떨어져서 한참을 기다려서 먹었다는...ㅜㅜ
택시 타고 전주역에 도착하니 밤이 되어버렸다. 택시 기사에게 비빔밥 괜찮은데 아시냐고 물어보니깐 기사님도 비빔밥은 먹지마라고 ㅋㅋㅋㅋ
올라오는 기차는 18호차였는데 기다리는 곳에 불이 안켜져 있어서 무서웠다. ㅜㅜ
혼자 국내여행은 처음 가본 것 같은데 다음 번에는 국내 관광지는 잘 안갈 것 같다. 사람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길고 음식점에 혼자가면 눈치보여서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앱에 잘못된 건물 위치도 많고 대중교통 정보도 정류장 위치나 버스 시간도 제대로 맞지 않아 짜증이 났었다. 월드컵 경기장들도 다 외곽이라 전주와 상황이 비슷할 것 같아서 전북 어웨이에 맞춰서 전국 투어를 할까하던 계획도 포기해버렸다. 피곤하고 짜증나긴 했지만 게으른 내가 혼자 국내 여행을 했다는데 만족하는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