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드보일드 하드 럭
지음 : 요시모토 바나나
옮김 : 김난주
출판 : 민음사
'하드보일드'는 죽은 사람들이 보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하드 럭'은 죽어가는 사람의 주변 이야기.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주제를 매우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뭔가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듯한 묘한 밝음이 느껴진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사실 안 좋은 상황인데도 묘한 밝음이 느껴져서 좋다.
책 산거 다 봤네 ㅡㅜ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걷어내듯, 내 마음에 끼어 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손가락으로 집어내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바랄 뿐이다. 남에게 해주고 싶은 것 따위는, 뭐 하나 떠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걸 믿어요? 하고 홍이가 중얼거렸다 호수면에 부딪히는 비를 바라보며 어려운 질문인걸, 하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야."
홍이는 비안개 끝으로 시선을 향한 채 그게 어딘데요, 하고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녀가 갈구하는 사랑의 크기를 알기가 두려웠고, 그럴 만한 여유가 그때의 내게는 없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비로부터 그녀를 지켰다.
실험자는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주며 이렇게 말했다.
"15분 후에 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 더 주겠다."
10년 뒤 그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을 조사해 보니 먹지 않고 버텼던 아이들이 학업 성적이 더 좋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훨씬 원만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0초만 더 생각하라, 어쩌면 이 순간이 내 인생을 송두리 째 뒤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첫인상'에 대해 생각해 보세. 찰리, 자네는 기분이 좋아지면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고는 하지 않나?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런 자네의 모습을 보고 '경박한 사람이군'하고 그냥 얼굴을 찌푸리고 만다면 어떻겠나? 그는 자네에게서 어떤 장점도 찾아내지 못한 채 그저 지나치고 말겠지. 하지만 자네의 뛰는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가, 30초 동안 찬찬히 자네의 모습을 뜯어보면서 점점 자네가 '경박한 사람'이 아니라 '열정에 찬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리고 자네의 열정을 자신의 삶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한다면?"
...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나그네 바보 같은 나그네가 여행을 했대. 어떻게 바보냐면 곧잘 속는 거야. 마을 사람들한테 곧잘 속는 거지. 그때마다 돈이며, 옷이며, 구두를 속아서 빼앗겼어. 그치만 나그네는 바보라 '이걸로 살았습니다'라는 마을 사람들의 거짓말에도 뚝뚝 눈물을 흘렸어.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하고 말하며. 근데 드디어 벌거숭이가 되어서는 그 나그네는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워 숲 속을 여행하게 됐어. 그러다 이번엔 숲 속에 사는 마귀들을 만났어. 마귀들은 나그네의 몸이 먹고 싶어서 계략을 꾸며 속였지. 물론 나그네는 속아서 다리를 하나, 발을 하나 줘버렸어. 결국 나그네는 머리만 남아 마지막 마귀한테는 눈을 줬어. 그 마귀는 아작, 아작 눈을 먹으면서 '고마워 답례로 선물을 줄게'하며 뭘 두고 갔어. 근데, 그건 거짓말이었고 선물은 '바보'라고 적힌 종이 조각 한 장. 그치만 나그네는 뚝뚝 눈물을 흘렸어. '고마워 고마워'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야 너무너무 기뻐. 고마워, 고마워!' 이미 없어진 눈에서 뚝뚝, 뚝뚝 눈물을 흘렸어. 그리고 나그네는 그대로 덜컥 죽어버리고 말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