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 츠지 히토나리
옮김 : 양억관
출판 : 소담출판사
Blu 우울하고 차분한 파란색 '아오이'의 느낌이다. '쥰세이'의 느낌은 Rosso인거 같은데 왜 이 책의 제목이 '냉정과 열정 사이 Blu'인지 모르겠다.
'에쿠니 가오리'의 담담한 문체와는 다르게 보통의 연애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뜨거움이 느껴져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가능성이 0이 아닌 미래가 현실이 된 쥰세이가 부러웠다.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한다.
"아오이는 항상 그래. 무슨 일이든 혼자 결정해 버리지. 나는 당신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해."
"알고 있었어. 아오이한테는 아오이의 인생이 있고, 나는 근접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옛날부터 그렇다. 나는 손을 뻗지 못한다. 누군가 나에게 손을 뻗어도, 나는 그 손을 맞잡지 못한다.
... 하지만 관심을 보여주길 바라죠? 돌아봐주길 바라죠? 타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죠?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타인에게 사랑받기를 원하죠? 나는 ...그래요 from 쿄코와 카즈야의 첫 만남
...하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하게 밝아질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발자국 소리들과 다른 발자국 소리를 새로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들려서 나는 땅 굴에서 뛰쳐나오게 될거야. 그리고 저기를 좀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나는 빵을 먹지 않으니깐 밀 같은 건 쓸모가 없어. 밀밭을 바라보아도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하지만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멋있을 거야! 왜냐하면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이 나에게 네 추억을 떠올리도록 해 줄 테니까. 그러면 나는 밀밭 사이를 스쳐 가는 바람 소리까지 사랑하게 되겠지...
...인내심이 있어야 돼. 처음에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풀밭에 앉는 거야. 나는 너를 흘끔흘끔 곁눈질로 쳐다볼 거야.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니까. 하루하루 날짜가 지날 때마다 너는 점점 더 내쪽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앉는 거야...
... 매일 똑같은 시간에 와 주는 게 더 좋아.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4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더 많이 행복하겠지. 그리고 4시가 다 되었을 때는 설레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거야. ... 그렇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나는 몇 시에 맞추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가 떠날 시간이 되자. 여우가 말했다.
"아..., 나는 울게 될 거야."
"그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널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나한테 길들여 달라고 했잖아...."
...
"그렇다면 길들이는 게 무슨 소용이니..."
"나는 행복해. 네 머리카락을 닮은 황금빛 밀밭이 있으니까...."
오후 4시, 이제 곧 시후미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토오루는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그 사람의 전화를, 이렇듯 기다리게 되었을까.
"뭔가 좀 더 이야기 해" 시후미가 말했다. 토오루와 함께 있을 때면 시후미는 늘 그렇게 말한다. "네가 이야기하면 느낌이 참 좋아. 아주 좋은 언어를 사용하니까." 라고. "좋은 언어?" 되묻자 시후미는, "그래. 솔직한 언어. 진실된 말." 하고 대답한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토오루는 그것을, 시후미에게 배웠다. 일단 빠져들고 나면, 다시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도.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